나전칠기와 역사를 만나는 곳 원주역사박물관으로
아이들이 자라면서 다양한 박물관을 알게 되지요. 공룡과 동물 그리고 지구의 역사가 담긴 자연사박물관부터 우리가 사는 고장의 문화와 역사를 담고 있는 역사박물관까지 아이가 성장하면서, 저는 아빠가 아이와 함께 여러 박물관을 다니게 되었습니다. 전국의 도시의 어느 곳에나 여행을 가면 꼭 빼놓지 않고 아이를 데리고 함께 방문하는 곳이 바로 박물관입니다. 국립/도립/시립 박물관은 그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잘 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역사적인 유물을 한가득 보존하여 전시를 하고 있지요. 아빠가 아이와 함께 유물을 보면서 설명도 해주거나 모르는 것은 함께 배울 수 있는 곳이 바로 박물관입니다. 얼마 전 강원도로 여행을 떠나면서 사통팔달 교통의 중심에 있는 천년의 역사가 숨 쉬는 원주의 역사박물관을 함께 다녀왔습니다.
민속자료와 문화가 깃들여진 원주역사박물관
아이들과 함께 찾아간 원주역사박물관에서는 박물관 해설사가 박물관을 직접 소개해주었습니다. 웹사이트에서 예약하거나 현장에서 박물관 관람 해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역사전시실에서 선사시대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원주의 유적과 유물을 관람할 수 있습니다. 원주는 남한강 주변에서 발견된 선사시대 유적지를 중심으로 원주의 역사와 문화가 발전되었다고 합니다.
해설사가 원주의 치악산과 꿩에 얽힌 설화를 이야기해 주었는데, 사실 그냥 스치듯이 지나갈 수 있는 전시물이었는데 설명을 해주어서 알게 되었답니다. 치악산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마다 이름을 다르게 부른다는 이야기와 은혜 갚은 꿩의 관한 설화 이야기에 아이들은 집중해서 듣고 질문도 하는 흥미로운 시간이 되었지요. 뱀에게 잡아먹히려던 꿩을 구해주었던 나그네가 위험에 처했을 때, 그 꿩이 자신을 구해 준 은혜를 갚아 나그네의 목숨을 건졌다는 전설이 전해진다고 합니다. 그 이유로 단풍이 붉게 물들인다는 적(赤)악산이 꿩 치(雉)를 넣어서 치(雉)악산이 되었다고 합니다. 동물에 관한 설화는 아이들에게 관심을 이끄는데 정말 좋은 이야기가 되었지요. 조선시대에는 원주에 강원도 감찰사가 머물던 곳, 강원 감영이 설치되었다고 해요. 이 곳은 강원도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을 이루면서 성장하였다고 합니다. 전시실에도 강원 감영의 모습을 전시하고 소개를 해놓았습니다. 감영이란 조선시대에 도의 관찰사가 정무를 보던 청사로 원주, 전주, 평양의 감영만 지금까지 한 곳에 있었다고 합니다. 다른 곳은 모두 소재지가 변해서 원래의 모습을 찾을 수 없는데 강원 감영은 당시의 모습 그대로 남아있어서 우리나라 관아 건물 연구에 중요한 사료로 보존되고 있다고 해요. 원주역사박물관에서 가까운 곳에 강원 감영이 있으니 아이와 함께 찾아가 보면 더욱더 좋겠지요.
나전칠기 장인의 숨결을 느끼는 곳
원주역사박물관에는 근현대 나전칠기 공예의 거장이고 1967년 중요무형문화재인 고(故) 일사 김봉룡 선생의 작품이 천 여 점이 넘게 전시된 곳입니다. 나전칠기의 주요 소재는 나전과 칠기인데, 옻칠 재료는 우리나라에서 원주를 으뜸으로 친다고 합니다. 일사 김봉룡 선생이 원주에서 작업하면서 다양한 작품들을 남기고 역사박물관이 소장하고 있지요.
7살 아이가 ‘아빠, 나전칠기가 뭐예요?’라고 물어볼 때 살짝 등에서 식은땀이 났지요. 왜냐하면 나전칠기를 잘 모르는 아빠인 저는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줄까?’ 생각했지요. 호기심이 많은 아이에게는 박물관에서 보는 많은 것들이 새롭고 흥미롭게 보여서 매번 다양한 질문을 많이 하곤 합니다. 요즘에는 나전칠기를 보기가 쉽지 않고 아이들도 처음 보는 것이라서 더욱더 흥미를 가지고 관람을 했지요. 그래도 아이들에게 ‘조개껍데기로 모양을 만들어서 가구에 장식하고 썩지 말라고 칠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나전칠기를 만드는 과정이 자세하게 전시되어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조개껍데기로 모양을 만들고 다듬고 가구에 붙이는 과정을 잘 소개해주어서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면서 관찰을 했습니다. 또한 옷장, 서류함, 반상, 액자 등 나전칠기의 멋스러움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전시였지요.
원주 역사박물관 1층에는 아이들이 직접 체험하고 놀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도자기 장식하기, 부채 만들기, 소망 엽서 쓰기, 나전칠기 놀이책, 목판 인쇄를 체험할 수 있어요. 박물관에 있는 체험관은 아이들에게 꼭 들러야 하는 곳이기도 하지요. 특히 이곳에서 아이들은 목판 인쇄 체험을 좋아했어요. 단순하지만 아이들이 박물관을 관람하고 유물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것도 좋고, 관람했던 유물과 연계한 이러한 체험을 하면 아이들의 기억 속에 더욱더 즐거운 추억을 남겨 줄 수 있겠지요.
아이가 3세가 되고부터는 박물관은 매주 빼놓지 않고 다녔었던 것 같아요. 박물관에 아빠가 아이를 데리고 주말에 단둘이 떠나는 것은 과거로 떠나는 역사와 문화 여행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아빠가 아이와 박물관에 가는 것은 힘이 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 박물관에서 추억을 쌓는다고 생각하면 정말 좋은 곳이지요. 특히 5세에서 초등 저학년까지는 아빠와 함께 박물관에서 다양한 지식과 지혜를 얻을 수 있고 몇 가지 주제를 정해서 아이와 대화를 하는 즐거운 시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번 주말에 아이가 좋아하는 주제를 가지는 박물관을 방문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원주 역사박물관
□ 관람시간 : 9시~18시 (휴관일: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 추석, 공휴일 다음날)
□ 관람료 : 무료□ 위치 : 강원도 원주시 봉산로 134 (봉산동) 원주역사박물관, T. 033-737-43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