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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가족부 X 김미정 상담본부장_2편, 우리 아이 지키는 일상의 습관

성평등가족부 X 김미정 상담본부장_2편, 우리 아이 지키는 일상의 습관

성평등가족부 X 김미정 상담본부장 우리 아이 지키는 일상의 습관 김미정(BTF푸른나무재단 상담본부장) 우리 아이 지키는 일상의 습관 "선생님, 학교폭력... 우리 아이도 당할까 봐 너무 무서워요. 부모가 미리 막을 수 있는게 정말 없을까요?“ 현장에서 부모님들을 만나면 가장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뉴스를 통해 반복해서 접하는 학교폭력 사건들이 혹시라도 내 아이의 이야기가 될까 봐 불안해하시는 마음, 부모로서 당연합니다. 하지만 일상 속 작은 관심만으로도 우리 아이를 지켜주는 안전하고 따뜻한 울타리를 가정에서도 만들 수 있습니다. 부모가 학교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들, 지금부터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일상의 습관이 예방입니다 "엄마·아빠는 무슨 일이 생기든 네 편이야" 학교폭력 예방의 핵심은 아이가 위기 상황에서 부모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상담하다 보면 아이들이 친구 간 갈등을 숨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엄마·아빠가 실망하실까 봐", "말했다가 문제가 더 복잡해질까 봐" 두렵기 때문입니다. 제가 부모님들께 강조하는 것은 일상 속 신뢰 쌓기입니다. 사소한 문제도 편하게 꺼낼 수 있는 관계가 형성되어 있어야, 정작 위기의 순간에 아이가 도움을 청할 수 있습니다. 평소 이런 메시지를 반복해서 전달해보세요. [아이의 마음을 여는 부모의 메시지] •"실수는 누구나 해. 중요한 건 그걸 어떻게 해결하느냐란다" •"무슨 일이 생겨도 엄마·아빠는 네 편에 서서 함께 고민할 거야" •"네가 힘들 때 혼자 두지 않을게. 언제든 말해줘"   우리 마음도 친구 사이도 연습이 필요해 "그냥 너무 화나서 그랬어요", "저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답답해요".  또래 간 갈등이 학교폭력으로 번진 아이들이 자주 하는 말입니다. 친구와 다퉜을 때 화나는 마음을 감당하기 힘들거나, 어떻게 대해야 할지 막막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마음을 다스리고 건강하게 갈등을 해결하는 힘」입니다. 집에서 부모와 함께 연습한 작은 습관들이 친구와의 갈등 순간에 아이를 지켜줍니다. [가정에서 함께 해보는 마음+관계 연습] •화가 치밀어 오를 때: 천천히 심호흡 세 번, 숫자를 10까지 세어보기 •감정이 격해질 때: "지금은 말하기 어려우니 조금 있다 얘기할게" 하고 잠시 떨어져 마음 진정시키기 •친구가 기분 나빠할 때: "미안해, 네가 싫어하는 줄 몰랐어. 다음부턴 안 그럴게" •내가 싫을 때: "나는 그거 좀 불편해. 안 하면 좋겠어" 분명하게 표현하기 •마음 전달하기: "나는 네가 ○○할 때 △△해서 속상했어" 차분히 표현하기 무엇보다 중요한 건 부모가 먼저 본보기가 되는 것입니다. 부부 간에, 가족 간에 의견이 다를 때 소리 지르지 않고 대화로 풀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엄마도 지금 화가 나는데, 심호흡하고 차분하게 말할게"라고 말하는 부모의 모습이 아이에게는 가장 강력한 교육입니다.   친구가 싫다고 하면 바로 멈춰야 해 자녀의 학교폭력 문제로 상담실에서 만나는 부모님들은 때때로 극명한 입장 차이를 보입니다. 가해측 부모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아이는 그냥 장난친 건데, 상대가 너무 예민한 거 아닌가요?". 반면 피해측 부모는 이렇게 호소합니다. "우리 아이는 매일 악몽에 시달리고 학교 가기도 힘들어하는데, 가해 학생은 장난이었다고만 하네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학생뿐 아니라 부모도 '장난의 경계'를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장난은 양쪽 모두 웃을 수 있을 때만 성립합니다. 한쪽이라도 불편해하거나 상처받으면, 그 순간 장난은 폭력이 됩니다. 아이에게 이렇게 가르쳐주세요. 친구가 "하지 마"라고 말하거나 표정이 굳으면 그 즉시 멈춰야 한다고요. "장난인데 왜 그래?"라고 되묻는 것은 상대의 감정을 무시하는 행동입니다. 설령 나에게는 장난이었더라도, 상대가 불편하다면 사과하고 멈추어야 합니다.   SNS에 올리기 전, 한 번 더 생각해보자 요즘은 SNS 사용이 학교폭력과 연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딥페이크 같은 디지털 성범죄나 사이버폭력은 아이들이 무심코 올린 일상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되기도 합니다. 한 번 온라인에 게시된 내용은 완전히 삭제하기 어렵습니다. 누군가 캡처하거나 공유하는 순간, 이미 통제 범위를 벗어나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아이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에, 게시하기 전 '한 번 더 생각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아이와 함께 이런 질문들을 체크해보세요. [올리기 전 함께 점검하기] •이 사진에 개인정보(이름, 교복, 전화번호, 집 주소가 보이는 배경 등)가 보이나요? •위치 정보가 자동으로 포함되지는 않았나요? •사진 속 친구들은 이 사진이 올라가는 걸 알고 동의했나요? •이 내용이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거나 오해받을 수 있나요? •10년 후 어른이 된 내가 봐도 괜찮을 내용인가요? 그리고 계정 설정도 함께 확인하세요. 공개 계정은 '비공개' 또는 '친구공개'로 바꾸고, 모르는 사람의 팔로우 요청은 수락하지 않도록 약속하세요.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사이버 공간에서 이상한 메시지를 받거나 불편한 일이 생기면 혼자 해결하려 하지 말고 꼭 말해줘. 엄마·아빠가 함께 도와줄게"라고 미리 약속해 두세요. 빠른 대응이 피해 확산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제일 핫한 앱이 뭐야? 아이들이 쓰는 앱을 모르면 자녀에게 일어날 수 있는 위험도, 사이버폭력도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이제는 아이의 디지털 세상에 관심을 가지고 배워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자녀와 함께 해보면 좋은 방법] •아이가 쓰는 앱을 함께 깔아보기 •"이거 어떻게 쓰는 거야?" 물어보며 배우기 •게임이나 SNS를 함께 하며 이야기 나누기 완벽하게 따라갈 순 없어도, 함께 경험하려는 노력만으로도 소통의 문이 열립니다.   작은 신호를 놓치지 않기 위해 "우리 아이가 요즘 친구 관계로 힘들어하는 것 같은데, 이게 학교폭력으로 번질까 봐 걱정돼요." 이런 고민이 있을 때, 문제가 커지기 전에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아이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부모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예방 단계에서 받을 수 있는 도움] •자녀 돌봄 코칭: 일상에서 아이를 어떻게 지지할지 •관계 상담: 친구 관계 어려움을 슬기롭게 넘기는 법 •부모 상담: 양육 스트레스 관리와 효과적인 소통법 •학교폭력 상담: 학교폭력 징후 확인하고 상황에 맞는 도움받기 📞 학교폭력 전문 상담전화 - 청소년 상담전화: 1388 - BTF푸른나무재단 전국 학교폭력 상담전화: 1588-9128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은 작은 신호를 놓치지 않고 대응하는 것입니다. 혼자 끙끙 앓지 마시고, 작은 걱정일 때 전문가와 나누세요.  오늘부터 시작하는 작은 실천   지금까지의 내용은 어쩌면 뻔하게 느껴질 수도, 어쩌면 당장 시도하려니 어색하고 쉽지 않은 면도 있을 것입니다.  너무 완벽하게 지키려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이 글을 끝까지 읽고 있는 여러분은 자녀를 지키고 도우려 하는 이미 충분히 괜찮은 부모입니다. 오늘부터 할 수 있는 작은 것 하나씩 실천해보세요. 아침에 학교 가는 아이의 등을 토닥이며 "잘 다녀와"라고 말하는 것, 저녁에 "오늘 뭐가 재미있었어?" 물어보는 것, 아이가 실수했을 때 "괜찮아, 누구나 실수해"라고 한 번 받아주는 것.  그 작은 시작이 바로 학교폭력 예방의 출발점입니다.

2025-12-08
성평등가족부 X 김미정 상담본부장_1편, 아이가 보내는 작은 SOS, 놓치지 마세요

성평등가족부 X 김미정 상담본부장_1편, 아이가 보내는 작은 SOS, 놓치지 마세요

성평등가족부 X 김미정 상담본부장 아이가 보내는 작은 SOS, 놓치지 마세요 김미정(BTF푸른나무재단 상담본부장) 아이가 보내는 작은 SOS, 놓치지 마세요 선생님, 저 정말... 너무 바보 같아요. 우리 애가 그렇게 피해당하는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내 새끼가 어떤 일을 당하는지 아무것도 모르면서 학교 가기 싫다는 애를 꾀병이라고 잔말 말고 당장 나가라고 야단만 쳤어요. 말수도 없어지고 잠도 못자는 걸 보면서도 그저 사춘기가 세게 오나보다 넘겨버렸던 제가 너무 밉고 바보 같아요. 애가 처음 힘들어했을 때 그 때 좀 들어주고 지켜줬다면 온 몸에 멍이 들 일도, 딥페이크 영상이 그렇게 퍼질 일도 없었을텐데.. 이젠 아이가 방 밖으로 나오려고 하지 않아요. 하루 하루 애가 혹시 극단적인 선택을 다시 할까봐 마음 졸이고 있어요. 저 자신이 용서가 안돼요..   최근 상담실을 찾은 푸른이(가명) 엄마는 딸의 고통을 제때 알아차리지 못하고 보호해 주지 못한 자책감으로 오열했습니다.  저는 엄마의 눈물 어린 시간에 함께 머물며 마음을 전했습니다.  “당신은 나쁜 엄마가 아니에요. 지금 이렇게 아이 곁에 있으니까요.” 부모의 하루는 언제나 빠듯합니다. 생계, 집안일, 가족 돌봄까지... 정작 ‘내 아이의 마음’을 돌아볼 여유가 사라지곤 하지요. 게다가 많은 아이들은 “나 힘들어”라는 말을 끝내 꺼내지 못합니다. 학교폭력의 신호는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지나갑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자책이 아닙니다. 지금부터 아이의 마음과 신호를 알아차리는 일, 그것이 아이를 지키는 첫걸음입니다. 왜 아이들은 말로 하지 않을까요? “말하면 걔들이 더 괴롭힐 것 같아요”,  “엄마 아빠한테 혼나면 어쩌죠? 실망할 거예요” “말해봤자 소용없을 거예요.” 상담실에서 만나는 아이들이 자주 하는 말입니다. 학교폭력으로 마음속엔 폭풍이 치고 있는데, 그걸 말로 꺼내는 건 너무 두렵다고 합니다. BTF 푸른나무재단의 2025년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피해 학생의 약 38.4%가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다고 응답했습니다. 그 이유로는 “도움을 청해도 잘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아서(18.9%)”, “나 하나 때문에 여러 사람이 힘들어질 같아서(12.9%)”, “소문이 나서 내가 더 힘들질 것 같아서(11.2%)”, “보복 당할 거 같아서(10.7%)” 등이었습니다. 결국 아이들은 두려움과 막막함 속에서 침묵을 선택합니다. 그 침묵은 단순한 무관심이 아니라, “혹시 말하면 더 아플까 봐” 스스로를 지키려는 마지막 방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말하지 않아도 신호는 나타납니다.   부모가 놓치지 말아야 할 신호는 무엇일까요?   아이들의 SOS는 대부분 말이 아닌 '변화'로 나타납니다. 평소와 다른 모습, 설명되지 않는 행동, 조금씩 달라진 일상.. 이런 작은 변화들이 바로 아이가 보내는 신호입니다. ▣ 몸이 먼저 반응합니다(신체적 징후) 설명이 애매한 상처들 : "엄마, 그냥 넘어졌어요." 아이가 자꾸 같은 말만 반복한다면 한 번 더 살펴보세요. 팔, 다리, 배에 난 멍이나 긁힌 자국이 너무 자주 생긴다면 주의가 필요합니다. 아프다는 말이 늘어납니다 : "배 아파요", "머리 아파요", "어지러워요" 아프다는 말은 늘어나지만 특별한 의학적 원인을 찾지 못했다면 자녀의 심리적 스트레스를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특히 등교 시간에 반복되거나 심해진다면 더욱 주의 깊게 살펴보세요. 잠과 식사가 달라집니다 : 아이의 몸은 마음보다 먼저 반응합니다. 잠을 설치거나, 자꾸 피곤하다고 말하거나, 식사량이 눈에 띄게 줄거나 늘었다면 그건 “나 요즘 힘들어요”라는 무언의 표현일지도 모릅니다. ▣ 마음이 무너지고 있습니다(정서·행동적 징후) "학교 가기 싫어요" 처음엔 가끔이던 말이 아침마다 자주 반복됩니다. "학교 안 갈래요“, ”가기 싫어요“ 뒤에 숨은 진짜 이유는 "학교가 무서워요"일 수 있습니다. 물건들과 용돈이 자꾸 사라집니다. 새로 산 운동화가 더러워지고, 필통이 없어지고, 용돈이 자꾸 부족합니다. "잃어버렸어요", "누가 가져갔어요"라는 말이 반복된다면, 분실이 아닌 다른 상황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감정의 롤러코스터 사소한 일에 폭발하거나 갑자기 울기도 합니다. 왜 그런지 물어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합니다. 아이 스스로도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방 안에만 있으려 합니다. 밥 먹으러 나오지 않고, 가족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하며, 대화를 피합니다. 예전엔 수다스럽던 아이가 점점 조용해지고, 집 안에서도 문을 잠그고 혼자만의 시간을 늘립니다. "나는 안 돼", "난 바보야" 갑자기 자기 자신을 깎아내리는 말이 많아집니다. "난 쓸모없어", "아무도 날 안 좋아해" 이런 자기비하는 반복적인 부정적 경험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관계와 일상이 무너집니다(관계·학업적 징후) 친구 이야기가 사라집니다. 예전엔 친구 이름을 자주 말하고 전화도 받았는데, 이제는 연락이 오지 않습니다. 생일 파티 초대도, 단체 채팅방 얘기도 더 이상 나오지 않습니다. 휴대폰 사용이 극단적으로 변합니다. -SNS나 메신저를 보고 얼굴이 굳거나 손을 떱니다 -휴대폰을 보다가 갑자기 화면을 끄거나 숨깁니다 -휴대폰을 아예 멀리하거나 게임도 SNS도 갑자기 끊어버립니다. 공부에 손을 놓습니다. 평소 성실하던 아이가 숙제를 안 하고, 시험을 망치고, 성적이 갑자기 떨어집니다. "집중이 안 돼요", "하기 싫어요"라는 말 뒤에는 심리적 여유를 잃었다는 신호가 있습니다. 징후를 발견했을 때, 부모의 첫 반응이 중요합니다 아이가 용기 내어 작은 신호를 보낼 때, 부모의 첫 반응이 자녀의 마음을 여닫습니다.  ▣ 이렇게 반응하면 아이는 마음의 문을 닫습니다 “당장 말해! 무슨 일이야? 누가 괴롭혀?”→ 성급한 추궁에 더 위축됩니다. “엄마(아빠)가 뭐든 다 해결해 줄게.”→ 과한 약속이 오히려 불안을 키웁니다. “뭐 그까짓 일로 그래?”→ 자녀는 피해를 인정·공감받지 못해 마음을 닫습니다. “네가 먼저 잘못한 거 아니야?”→ 자녀는 부모에게 배신감과 자책감을 느낍니다.  ▣ 이렇게 반응하면 아이는 마음을 엽니다 "요즘 힘든 일 있니? 엄마가 들어줄게."→ 자녀는 공감받는 느낌을 받습니다. "천천히 이야기해도 괜찮아. 엄마는 기다릴게."→ 부모의 지지에 안전감을 느낍니다. "네 잘못이 아니야. 말해줘서 고마워."→ 믿어주는 말이 아이를 안심시킵니다. "엄마는 네 편이야. 함께 방법을 찾아보자."→ 아이는 혼자가 아님을 느낍니다.   초기 대응, 부모가 기억해야 할 것들 학교폭력은 부모에게도 깊은 충격과 상처를 남깁니다. 하지만 성급히 해결하려 하기보다, 먼저 아이 곁에 머무르는 것이 회복의 시작입니다. “엄마는 네 편이야.” “너는 소중한 아이야.” 이 말을 매일 들려주세요. 함께 밥을 먹고, 짧은 산책을 나서는 일상의 루틴이 아이에게 세상에서 가장 큰 안정감을 줍니다. 그리고 부모도 숨 쉴 시간이 필요합니다. 자녀의 학교폭력 문제로 경험하는 부모의 죄책감, 분노, 무력감 등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혼자 처리하려고만 말고, 배우자나 친구, 혹은 전문가와 그 마음을 꼭 나누세요. 부모가 무너지지 않아야 아이도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 학교폭력 전문 상담전화 - 청소년 상담전화: 1388 - BTF푸른나무재단 전국 학교폭력 상담전화: 1588-9128 -학교폭력 신고·상담 전화: 117 조급해하지 마세요. 회복은 일직선이 아닙니다. 좋아졌다가, 다시 주저앉기도 합니다. 어제보다 나아지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지금 이 순간, 아이가 안전하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푸른이 엄마는 이제 매일 딸의 방문 앞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엄마는 여기 있어. 네 옆에서 언제나 기다릴게.” 저는 푸른이 엄마에게도,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진심어린 응원을 보냅니다. 지금 이렇게 아이가 보내는 작은 신호를 배우고 마음을 내어 자녀에게 주의를 기울이는 당신은 이미 충분히 애쓰고 있는, 충분히 괜찮은 부모입니다.   

2025-11-20
성평등가족부 X 이재은 조교수_2편, 일의 절정기에서 사라진 여성들, 그리고 다시 쓰는 삶의 서사

성평등가족부 X 이재은 조교수_2편, 일의 절정기에서 사라진 여성들, 그리고 다시 쓰는 삶의 서사

성평등가족부 X 이재은 조교수 일의 절정기에서 사라진 여성들, 그리고 다시 쓰는 삶의 서사 이재은(중부대학교 학생성장교양학부 조교수) 일의 절정기에서 사라진 여성들, 그리고 다시 쓰는 삶의 서사 글쓴이 소개 이재은 : 기초 지자체 산하 여성일자리주식회사의 초대 대표를 역임했으며, 현재 중부대학교 학생성장교양학부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여성주의저널에서 취재기자와 여성 일자리 기관에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여성 HRD(인적자원개발) 분야의 연구와 현장 개선에 매진하고 있다. #1. 경력의 고지에서 멈춘 40대 여성들   “믿기지가 않네. 내가 회사의 최고참 여성이라니.” 어느 날 문득 사무실을 둘러보니 ‘회사 언니’가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사십 대 초반의 중간관리자 여성 몇 명이 전부였고, 비슷한 연차의 또래 여성은 물론 선배 여성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직 마흔 중후반에 불과한데, 마치 조직의 마지막 생존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문득, 궁금해지더군요. 전쟁 같았던 육아기에도 직장을 지켜온 여성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왜 그들은 사라져야 했던 것일까.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여성에게 40대 중후반은 가장 일하기 좋은 시기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성장해 돌봄의 무게가 한결 가벼워지고, 일에서는 전문성이 최고조에 이르러 자신감이 붙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무렵까지 일터를 지키고 있는 또래 여성을 찾아보기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뭐... 또 경력 단절인 거지. 아직 애들 교육 뒷바라지할 일도 많잖아.” “이십 년 넘게 직장생활 했으면 이제 슬슬 나갈 때도 됐지.” 물론, 여성 고용의 40% 이상이 비정규직임을 감안하면 이들의 이탈에는 계약 만료나 승진 정체 같은 구조적 요인이 작용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렵고 힘든 시기를 버텨온 40대 중후반 여성들의 조직 이탈에는, 우리가 놓치고 있는 다른 이유가 분명 존재합니다.  공식 통계들은 여전히 45세 이상 여성의 퇴직 사유를 ‘육아 및 가족 돌봄’에 따른 경력 단절로 분류합니다. 그러나 이미 육아기를 지난 여성들에게는 정확한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또한 자녀 교육비 등 지출이 가장 많은 시기에 ‘조기 은퇴’를 선택한다는 것도 쉽게 납득되기 어렵습니다. 이 시기의 여성들이 겪는 ‘일의 의미 상실’과 ‘정체성의 혼란’은 다른 생애 구간보다 깊고 복합적입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 인적자원의 활용과 개인의 성장 모두에 중요한 사회적 이슈입니다.  여성의 경력을 은유적으로 설명한 ‘만화경 경력모델(Kaleidoscope Career Model)’에 따르면, 생애 단계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달라집니다. 40대 중후반 여성에게는 ‘균형’이나 ‘성장’보다 ‘진정성(authenticity)’이 핵심 가치로 떠오른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자신의 내면적 가치와 일의 방향이 일치하는가를 묻게 되는 시기입니다. 그리고 그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느끼는 순간, 오랜 시간 몸담았던 일터를 떠나게 되는 것이지요. 해외에서도 경력 절정기에 조직을 떠나는 여성들을 주목한 연구들이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제가 여성 고용 특화기관의 대표로 근무하며 50대 이상 여성들을 반복적으로 인터뷰했을 때, 그들이 40대 중후반에 일터를 떠났던 이유는 대체로 비슷했습니다. ‘과거와 다른 삶을 살고 싶은 갈망’, ‘오랜 시간 누적된 피로와 번아웃’, ‘현재 일에 대한 회의와 갈등’. 이 세 가지가 공통적으로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체력의 한계에 부딪히고, 롤모델은 찾기 어렵고, 일의 의미마저 잃어가는 복합적 상황 속에서 그들은 그렇게, 조용히 사라져갔던 것입니다. #2. 나아가기 위한 멈춤의 미학, ‘의식적 후퇴’ 변화를 희망하며 떠남을 선택하는 이 시기를, 저는 ‘의식적 후퇴(Conscious Retreat)’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의식적 후퇴’란 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전략적 멈춤으로 일시적으로 속도를 늦추며 자신에게 맞는 리듬으로 일의 방향을 재설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제 주변에도 이런 ‘의식적 후퇴’를 선택한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20년 가까이 기자로 일하던 한 지인은 대학원에서 심리학 공부를 병행하며 ‘연구자’로 정체성을 확장하여 프리랜서 연구자로서의 경력을 만들어 가고 있고, 금융사 PB로 근무했던 또 다른 지인은 정리 컨설팅 사업을 준비하며 새로운 커리어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들은 잠시 속도를 멈춰, 호흡을 고르며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과 앞으로 살아가고 싶은 시간을 연결하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본연의 자기를 다시 이해하고, 그동안 지속적으로 시도해온 것들과 지금 마음이 향하는 것을 잇는 과정 속에서 이들은 자신만의 ‘일 서사’를 다시 써 내려갑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일을 되돌아보고, 그 일들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일은 이미 마음속에 ‘다음 방향’이 있을 때만 가능한 작업입니다.  즉, 나의 일 서사를 정리하는 일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점검하고 재구성하는 적극적 행위입니다. 자신의 일을 하나의 드라마처럼, 타당한 흐름과 전개를 가진 이야기로 재구성할 때, 우리는 더 이상 ‘나이 든 여성’이 아니라, 나이 들수록 더 나아가는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우리는 ‘사라지는 여성들’이 아니라 매일 새롭게 진화하는 존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3. 나이 들수록 더 나아가는 여성들의 공통점 4가지 ① 배움을 멈추지 않는다 –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는 습관’ 세계적인 ‘살림의 여왕’ 마사 스튜어트(Martha Stewart, 84세)는 최근 웰빙 전문기업을 설립하고 웰에이징 뷰티 브랜드를 런칭했습니다. 그녀는 “은퇴 없는 삶”을 꿈꾸며, 매일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배우는 도전이 자신을 늙지 않고 진화하게 하는 비결이라고 말합니다. ② 자신을 드러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 ‘표현의 적극성’ 김영옥 배우(87세)는 여전히 무대와 드라마, 성우로 활약하며 일의 기쁨과 재미를 만끽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패션이나 액세서리처럼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활동을 즐기며, 친구들과 식사하거나 콘서트를 관람하는 등 좋아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누립니다. 자기를 표현하는 즐거움의 에너지는 자기 존재의 가시성을 확인하게 해주는 힘이 됩니다. ③ 자기 루틴으로 건강을 지킨다 – ‘몸과 마음의 일상화된 관리’ 오프라 윈프리는 매일 아침 20분 명상과 감사 일기를 쓰는 루틴을 수십 년간 지켜오고 있습니다. 이 꾸준한 습관은 자기 통제감과 주도성을 강화하며, 외부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리듬을 만들어 줍니다.  ④ 좋아하는 일을 위한 시간을 지킨다 – ‘기쁨의 시간 확보’ 여전히 활발히 활동 중인 가수 김완선 씨는 오랫동안 그림을 그리는 일을 즐겨왔다고 합니다. 자신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는 일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잠재력을 탐험하고 단단한 자존감을 키우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2025-10-31
성평등가족부 X 김은선 소장_2편, 우리는 서로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 건강한 가족이 하는 세 가지 질문

성평등가족부 X 김은선 소장_2편, 우리는 서로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 건강한 가족이 하는 세 가지 질문

성평등가족부 X 김은선 소장 우리는 서로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 건강한 가족이 하는 세 가지 질문  김은선(심리교육연구소 '오늘의 마음' 소장) 우리는 서로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 건강한 가족이 하는 세 가지 질문  #우리는 서로 얼마나 알고 있을까?   “말 안 해도 알지?”  “우리 사이에 굳이 말로 해야 해?” 우리는 흔히 가까운 사이, 특히 가족들에게 많이 하는 말입니다. 가까운 우리 사이 우리는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잘 알고 있을까요?  초등학교 6학년 친구들 대상으로 집단상담을 진행할 때였습니다. ‘부모님과 이야기 많이 나누니?’라는 질문에 한 초등학생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니요. 저는 말 안 해요. 어차피 잔소리할 거 뭐 하러 말해요. 아마 우리 엄마가 선생님보다 저를 더 모를걸요.’ 당시 대답을 듣고 아이의 말을 이해하면서도 나 역시 가족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었나 되돌아보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오히려 가깝기 때문에 당연히 알겠지 혹은 괜히 걱정 끼칠까 봐 대화를 안 하게 되면서 남보다 더 서로를 모르는 가족이 되기도 합니다.  심리학에서는 관계를 바라보는 관점이 있습니다. 바로 체계론적 관점(Systems Theory perspective) 입니다. 체계론적 관점은 한 개인이나 사건을 ‘부분’이 아니라 ‘전체의 관계망 속에서’ 이해하는 관점입니다. ‘A가 이래서 B가 그렇다’라는 인과관계보다는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순환적 관계에 집중합니다. 관계에서 일방적인 피해자와 가해자는 없으며 서로 상호작용 하는데서 갈등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같이 사는 가족이지만, 매일 같은 공간에 머물고 같은 밥을 먹고 얼굴을 마주하지만 정작 마음속 깊은 곳은 모르거나 묻지 않습니다. 가깝다는 이유로 질문을 생략하고 설명을 생략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건너뛰곤 합니다. 여기서부터 우리는 상호작용의 시간들이 줄어 들고 그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갈등이 생기고 조금씩 서로를 원망하게 됩니다. 건강한 상호작용을 위해서 해야 하는 것은 바로 ‘소통’입니다. 소통을 통해서 우리는 서로를 알게 되고 이해하면서 건강한 관계를 맺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가장 가까운 가족과 어떻게 소통하고 있나요? 오늘은 건강한 가족관계에서 자주하는 질문을 통해 우리 가족의 소통법을 되돌아 보고 ‘좋은 질문’을 바탕으로 서로를 단단히 이어주는 연결점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건강한 가족이 하는 세 가지 질문  소통을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질문이 필요합니다. 질문이라고 해서 꼭 드라마나 소설 속에 나올 법한 거창한 질문 일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가볍고 일상적인 질문이 관계를 더 따뜻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1.“오늘 하루 어떻게 보냈어?” 대부분 대화는 ‘오늘 힘든 건 없었어?’라는 문제 중심으로 시작합니다. 이는 타인을 걱정하고 힘든 부분이 있으면 도와주고 싶은 사랑에서 시작 됩니다. 하지만 힘든 부분에 초점을 맞춘 대화는 대화로 이어지기보다는 신세 한탄이나 침묵으로 변하기 마련입니다. 건강한 가족은 문제 중심의 대화보다는 일상적인 대화로 소통을 시작합니다. “그냥 평상시랑 똑같았어.” “오늘 친구랑 싸웠어.” 답변이 길든 짧던 무언가 나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상을 주고받는다면 가족간의 친밀감 형성은 물론 앞으로의 가족관계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주는 시작이 됩니다.    2. “지금 이 순간 감사한 것들을 이야기해 볼까?” 감사는 관계를 더 끈끈하게 만들어주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작은 고마움을 표현하는 습관은 자신의 삶을 의미 있게 여기는 것은 물론 가족 간의 행복과 유대감을 강화 시킵니다.  ‘고마웠던 순간이 없었는데?’  라고 말한다면, 질문을 한 가족 구성원부터 고마웠던 순간을 먼저 말해보고 함께 찾아봅니다. 모델링이 되어주면 ‘이렇게 하는 거구나’라고 배우며 자신의 고마웠던 순간을 스스로 찾아볼 수 있는 동기가 되기도 합니다.  과거 선조들은 밥상머리 교육을 중요시했습니다. 밥상머리 교육은 둘러 앉아 식사를 함께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생활 교육을 의미합니다. 우리 역시 일부러 시간을 내기보다는 오늘 저녁 함께 밥을 먹으면서 ‘오늘 가장 고마웠던 순간은?’을 묻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이것이 가족 내 자연스러운 시간이 되면 정서, 교육, 가치관 발달까지 영향을 주는 건강한 가족문화가 될 것입니다.    3. “내가 널 더 이해하려면 무엇을 알면 좋을까?” 이 질문은 조금 낯설지만, 가족 관계를 깊어지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많은 가족이 “난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왜 몰라줄까?”라며 속상해합니다. 이는 내가 생각하는 방식과 상대가 원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아이에게는 “잔소리보다 들어주는 것”이 필요할 수 있고, 배우자에게는 “말보다는 함께하는 시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부모님에게는 “걱정 대신 작은 관심 표현”이 더 와닿을 수 있습니다. 마음을 읽으려고 하지 말고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고 직접 물어서 경청하는 마음 헤아리기가 가족에게 꼭 필요한 소통 방법입니다. 이 질문은 건강한 가족관계를 위한 ‘조율’의 질문입니다.  아이의 친구 관계 고민, 부모의 직장 속 어려움, 배우자의 요즘 관심사…. 이런 이야기는 ‘상대방에게 관심을 가지고 묻는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나는 너를 알고 싶다”라는 메시지가 담긴 이 질문은 상대에게 “내가 소중한 존재구나”라는 안정감을 선물할 것입니다.  다만 편안한 분위기에 질문을 해야 합니다. 할 일이 많거나 바쁜 일과 시간보다는 차 한 잔을 마시면서 혹은 산책길, 식사 시간에 하면 좋습니다.    #질문이 관계를 다르게 만든다 가족을 건강하게 만드는 건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서로에게 건네는 작은 질문과 관심입니다. 오늘 저녁 식탁에서, 혹은 집에 돌아오는 길에 가볍게 물어보세요. “오늘 하루 어떻게 보냈어?” “지금 이 순간 감사한 것을 이야기해 볼까” “내가 너를 더 잘 이해하려면 무엇을 알면 좋을까?” 짧은 대화지만, 그 순간 가족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가까워집니다. 건강한 가족은 ‘완벽한 가족’이 아니라, 묻고 듣고 이해하려는 대화가 이어지는 가족이라는 점 잊지 않길 바랍니다.   

2025-10-13
여성가족부 X 김은선 소장_1편, 현명한 가족 소통법 : 돌려서 말하지 말고 진짜 내 마음 이야기하기

여성가족부 X 김은선 소장_1편, 현명한 가족 소통법 : 돌려서 말하지 말고 진짜 내 마음 이야기하기

여성가족부 X 김은선 소장 현명한 가족 소통법 : 돌려서 말하지 말고 진짜 내 마음 이야기하기 김은선(심리교육연구소 '오늘의 마음' 소장) 현명한 가족 소통법 돌려서 말하지 말고 진짜 내 마음 이야기하기 #‘힘들다’라는 말 한마디  여러분은 최근 가족에게 “나 요즘 힘들어”라고 말해본 적 있나요?  회사 동료나 친구에게는 “오늘 너무 바쁘다”라며 쉽게 털어놓으면서도, 정작 가족에게는 말끝을 흐리거나 아예 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동료나 친구들은 다 아는 이야기를 가족은 전혀 모르는 경우가 생기곤 합니다.  얼마 전 제 경험입니다. 워킹맘인 저는 일과 육아에 지쳐 하루를 마무리 했습니다. 늦게 귀가한 남편에게 “오늘 늦게까지 일했네.” 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그 말 속에 담긴 진짜 마음은 ‘나 오늘 너무 힘들었어. 나 좀 토닥여줘’ 라는 마음에서 시작 된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야근했지’라는 짧은 대담만 건넸습니다. 그 순간 괜히 화가 나고 서운해졌고 결국 저는 퉁명스럽게 ‘그래’라고 답하며 대화를 끊었습니다.  아마 비슷한 경험을 한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왜 이런 일이 왜 반복될까요? 이유는 한국 사회가 고맥락(high-context) 문화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가까운 관계에서는 고맥락 대화는 더 두드러집니다. 고맥락 문화에서는 말보다는 눈치, 암시, 분위기가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즉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상대가 알아 줄 거라는 전제가 깔려져 있습니다.  한국 드라마 속 가족 장면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습니다. 취업해 독립한 딸에게 엄마가 전화를 걸어 “요즘 바쁘니?”라고 묻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안부 인사 같지만 그 안그 말 너머에는 “보고싶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딸은 일이 너무 바쁜 나머지 “응 바빠 나중에 연락할게”라며 전화를 서둘러 끊습니다. 어머니는 서운함을 느끼고 서로의 마음은 엇갈립니다. 이렇듯 고맥락 문화는 따뜻한 정서와 배려를 담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말과 마음 사이에 간격을 넓혀 오해와 갈등을 키우는 단점이 있습니다. 특히 가족처럼 가까운 사이에 관계에서는 “말 안 해도 알잖아”라는 기대가 커서 오히려 실망과 서운함으로 이어지곤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내 마음을 돌려 말하지 않고 솔직하게 전할 수 있을까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불평 대신 사실을 말하고, 내 느낌을 덧붙이고, 마지막으로 바라는 행동을 구체적으로 전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 과정을 ‘사실 → 느낌 → 바람’이라는 세 단계로 이야기합니다.   # 사실 – 느낌 – 바람으로 이야기하기  1. 불평 대신 사실 말하기 우리가 흔히 하는 말은 대부분 불평으로 시작합니다. “너는 왜 맨날 늦어?” “당신은 왜 집안일 안 해?” 이런 말은 상대방의 방어 본능을 자극합니다. 대신 ‘사실’을 먼저 말해 보세요. “오늘 약속한 시간보다 30분 늦게 들어왔네.” “오늘은 내가 집안일 청소, 분리수거, 설거지를 했어”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공통의 언어입니다. 사실로 시작하면 불필요한 감정싸움을 줄일 수 있습니다. 2. 감정 쏟기보다 느낌 나누기 사실만 말하면 건조하게 들립니다. 그 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짧게 덧붙이면 좋습니다. “네가 늦으니까 무슨 일 생긴 건 아닌지 걱정됐어.” “혼자 집안일을 하니까 지치고 힘들었어.” 이렇게 표현하면 상대방은 “잔소리”로 듣지 않고, 오히려 “아, 나를 신경 쓰고 있었구나”라는 느낌이 듭니다.  3. 비난이 아니라 바람 말하기 대부분의 비난과 불평에는 사실 ‘바람’이 숨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걸 직접 말하지 않고 돌려 말하기 때문에 갈등이 생깁니다. 차라리 구체적으로 부탁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앞으로 늦으면 미리 연락만 해주면 좋겠어.” “저녁에는 당신이 설거지를 함께 해주면 도움이 될 것 같아.” 모호한 말보다 구체적인 부탁이 훨씬 받아들이기 쉽고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분명해집니다.    # 솔직한 대화 어떻게 연습하면 좋을까? 어떤 것도 연습 없이 자연스럽게 되지 않습니다. 대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곧바로 말을 잘하지 못했습니다. 수천 번의 옹알이와 주변 사람들의 대화를 들으며 조금씩 익혀 왔습니다. 마음을 표현하는 대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한 번에 잘 안 되더라고 포기하지 않고 연습하다보면 점차 익숙해집니다. 아래에 예시를 적어둘테니, 일상에서 작은 연습을 시작해 보세요.  나와 상대방이 서로 불편하지 않는 대화 연습  1. 아내가 남편에게 고맥락 대화 : “당신은 왜 집안일에 손도 안 대?” 내 마음 표현하기 :  “오늘 하루 종일 내가 청소, 분리수거, 설거지를 했어(사실).  그래서 많이 지쳤어(느낌).  저녁에 당신이 설거지를 해주면 좋겠어(바람).” 2. 부모가 자녀에게 고맥락 대화 : “너 그런 식으로 공부할거야?” 내 마음 표현하기 : “이번 시험 점수가 지난번보다 조금 낮더라(사실).  네가 노력한 걸 아니까 좀 안타까웠어(느낌).  다음번에는 우리 같이 공부 계획을 세워서 효율적으로 해보는 건 어떨까?(바람).”   같은 상황이지만, 이렇게 말만 바꿔도 대화의 분위기는 훨씬 부드럽게 달라집니다. 관계도 더욱 친밀해지기 마련입니다. 중요한 건 ‘상대가 먼저 변했으면 좋겠다’가 아니라 내가 먼저 나의 대화부터 조금씩 변화를 시도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가족도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가족은 가장 가까운 존재이지만, 그래서 더 쉽게 상처를 주고받습니다. “말 안 해도 알겠지”라는 기대 대신, 사실을 말하고, 내 느낌을 나누고, 바람을 전하는 습관을 가져보세요. 오늘 저녁, 가족에게 이렇게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요? “사실은, 나는 이렇게 느꼈어. 그래서 이렇게 해주면 좋겠어.” 솔직한 나의 마음 표현이 가족의 마음 거리를 한 뼘 더 가깝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 실천 체크리스트 1) 불평 대신 사실부터 말하기 2) 원망 대신 내 느낌 나누기 3) 모호한 표현 대신 구체적인 바람 말하기

2025-09-29
여성가족부 X 이재은 조교수_1편, 경력단절은 결핍이 아닌 다른 경험의 시간

여성가족부 X 이재은 조교수_1편, 경력단절은 결핍이 아닌 다른 경험의 시간

여성가족부 X 이재은 조교수 경력단절은 결핍이 아닌 다른 경험의 시간 이재은(중부대학교 학생성장교양학부 조교수) 경력단절 여성 채용하니 창조된 경쟁력, 포용과 다양성이 만드는 미래형 공동체 글쓴이 소개 이재은: 기초 지자체 산하 여성일자리주식회사의 초대 대표를 역임했으며, 현재 중부대학교 학생성장교양학부에서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과거에는 여성주의 저널에서 취재기자로 활동했으며, 지금은 여성 HRD 분야의 연구와 현장 개선 활동에 꾸준히 매진하고 있다. “진정한 힘은 유사성이 아니라 차이에서 나옵니다.” 오늘날 국내외 많은 기업들이 조직 개발에서 다양성과 포용성(Diversity & Inclusion, 이하 D&I)을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들은 다양성이 재무성과와 생산성을 높이는 핵심 동력임을 깨닫고, 성과지표에 D&I를 포함시키기도 하죠. 일반적으로 다양성은 인종, 성별, 연령, 성적 지향 등 개인 간의 차이를 인정하고 차별하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반면, 포용성은 그 차이를 단순히 ‘인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히려 조직 안에서 존중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권장하는 것을 뜻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다양성과 포용성의 개념과 차이를 명확히 이해하지 못합니다. 이 두 개념을 조금 더 쉽게 풀어볼까요? 가끔 TV에서 ‘돌싱 특집’ 같은 연애 프로그램을 볼 때가 있습니다. 이혼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호감의 상대를 찾는 자리인데, 슬픈 이혼사연을 들으면서 마음이 짠해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불편함이 올라오기도 합니다. “왜 굳이 이혼한 사람들을 모아 특별한 사연 주인공처럼 연출하는 것일까?” “누군가 ‘나 이혼했어’라고 말하면 ‘그래. 그렇구나’ 정도로 받아들일 수는 없나?” 이혼을 ‘특별한 서사’로 만들어내는 순간, 그들은 ‘보통 사람’과 구별되는 타자가 되고 맙니다. 사실 우리 모두는, 싱글이 될 수 있는데 말이죠. 이 예시로 설명하자면, 다양성은 각기 다른 배경의 싱글들이 출연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혼 후 아이를 키우는 20대 여성, 결혼 경험이 없는 30대 남성, 동거 경험이 있는 40대 여성, 배우자를 잃은 40대 장애 남성 등 다양한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함께 등장하는 것이죠. 한편, 포용성은 그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을 때 “아! 그래? 그랬구나.” 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괜히 이유를 묻거나 동정을 강요하지 않고, 그저 ‘그럴 수 있는 삶의 모습’으로 인정하는 태도 말입니다. 바로 이때 당사자가 느끼는 편안함과 안전감이 포용성의 핵심입니다. 저는 최근까지 경력단절여성을 우대하는 공공 일자리 기관의 대표로 일했습니다. 대표로 임명되고, 초기 가장 혼란스러웠던 것은 그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출산, 육아로 희생되어 별도의 지원이 필요한 취약층으로 봐야 할까? 아니면 경력자와 동등한 가능성을 지닌 인재로 봐야 할까?’ 경력단절여성을 바라보는 관점이 정립되지 않았던 만큼, 조직 초창기에는 구성원 간 갈등이 잦았습니다. 같은 여성이라도 30대 사무직, 50대 재취업자, 60대 현장직은 서로 다른 배경과 위치성 속에서 있었고, 업무 수행에 따른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적 시선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표인 저부터 분명한 관점 정립이 필요했지요. ‘경력 단절’을 낙인 상태로 보지 않고, 단순히 휴직이나 경력 전환처럼 경력의 한 상태로 인식하는 한편 공백의 시간 동안, 개인 여성으로서 어떤 맥락과 환경 속에서 살아왔는지 인간적인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그제야 보이더군요. 조직 밖에서 쌓은 경험들이 오히려 우리 조직만의 독특한 자원, 즉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취약성이 강점으로 바뀌는 순간   저희 기관은 일자리를 설계할 때 경력단절여성들이 강점을 보였던 분야(예시: 돌봄, 교육, 디자인, 마케팅)에 시대적 요구를 접목했습니다. 에듀테크, 로컬 브랜딩, 플랜테리어 같은 사업 영역이 그 결과물이었죠. 이 과정에서 동료 여성들의 ‘조직 밖 경험’을 적극 반영했습니다. 자녀를 키운 주양육자의 눈으로 교육 서비스를 점검하게 하고, 또래 문화를 잘 아는 60대 직원에게 카페 메뉴 개발 의견을 묻기도 했습니다. 이런 참여가 이뤄지자, 그들은 더 이상 ‘취약한 존재’가 아니라 ‘주체적 근로자’가 되었습니다. “와, 그 아이디어 정말 좋은데요. 미처 생각 못 했어요.” 개인의 취약성이 조직의 강점으로 전환되는, 순간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가능했던 접근은 아닙니다. 경력 공백은 자신감을 떨어뜨려 방어적으로 반응하게 하는 만큼 경력 단절의 경험이 있는 근로자들과 소통이 참 쉽지 않았습니다. 한 번은 카페 매장에 키오스크를 설치하려다 예상치 못한 반발을 마주한 적이 있었어요. “기존에도 문제없이 잘 해왔는데, 왜 굳이 키오스크를 설치하나요? 오히려 주문과 서빙을 방해할 것 같은데요.” 오랜 경력단절의 시간을 보낸 뒤 바리스타로 취업한 J의 반발이었습니다. 효율성 관점에서 보면 납득하기 힘든 주장이었죠. 자동화로 업무 부담이 줄어드는 게 분명하니까요. 그러나 바로 이때가 ‘포용적 시선’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기존의 효율성 패러다임만으로는 이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J가 살아온 시간, 그가 몸에 익힌 업무 방식, 낯선 기술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발현된 이 반응의 숨은 의미를 다시 해석해야 합니다.  “3일 동안 담당자가 옆에서 꼼꼼하게 사용법을 알려드릴 거예요. 그래도 계속 불편하다 느껴지면 그때 요청대로, 철수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은 각자 다른 언어와 문법을 갖고 있습니다. 충돌의 지점에서, 잠시 상대의 언어로 번역해 다시 이해하는 태도가 바로 포용적 시선입니다. 다양성은 단지, 숫자가 아니다 조직 초창기에는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을 일정 비율 이상 확보하면 조직이 저절로 다양해지겠지’라는 착각을 했었답니다. 하지만 다양성을 단순히 양적 문제로만 접근하면 오히려 조직의 리스크는 증가합니다. 다름은 사실, 불편한 것이니까요. 따라서, 다양성 확보는 ‘얼마나 다른 대상을 선발했는가’가 아니라 ‘각각의 차이를 어떻게 존중하고 활용할 준비가 되어있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예컨대, 경력 단절 등으로 업무에 취약성이 있는 동료들이 처음엔 부담스럽게 느낄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1인분의 몫’의 해내기 어려우니까요.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도움을 받은 이가 성장해 다시 동료를 도와주는 상호 이타적 관계가 형성됩니다. 의존이 연결을 낳고, 연결이 믿을만한, 이웃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죠. 오늘날 우리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기술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생존 전략은 두 가지뿐입니다. 개별 경쟁으로 초격차를 내든지, 아니면 서로 연결되어 대체 불가능한 공동체를 만들든지. 다양성과 포용은 이 연결망을 단단히 엮는 힘입니다. 각자의 자원과 마음을 연결하고 공유할 때, 우리는 기술도, 위기도, 변화도 이겨낼 수 있습니다. 누가 더 뛰어나고 못한지를 따져 줄 세우는 대신,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 또 눈치 보지 않고 자기다운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에 주목해야 합니다. 그런 온도를 지닌 조직에 미래를 걸고 투자할 때, 개인의 약점은 오히려 힘이 되고, 삶의 경험은 조직의 자산으로 깊어집니다. 그때 우리는 회사에서도 힘들면 잠시 기대 쉴 수 있는 좋은 친구와 이웃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tip] 취약성을 강점으로 만들려면 1. 취약성 안에 숨겨진 자원을 강점으로 전환하기 경력단절·공백의 시간은 결핍이 아니라 다른 경험과 지식을 쌓아온 과정이다. 숨은 자원을 조직의 경쟁력으로 도출하는 감수성과 노력이 필요하다. 2. 다른 사고·언어·작동 원리를 인정하기 사람마다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방식은 다르다. 동일한 기준을 강요하기보다, 상대가 가진 문법을 번역하듯 존중해야 갈등을 줄일 수 있다. 3. 의지한 만큼, 서로의 안전망이 된다 취약성이 있는 동료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일이 부담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제공한 도움은 되돌아오며 상호의존적 관계로 자리 잡는다. 이는, 팀워크를 단단하게 만들고, 공동체성을 강화한다. 4. 우리 모두는 개인으로서 취약한 존재임을 자각하기 누구든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공백·한계·약점을 경험한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는 결국 나 자신을 지켜주는 장치가 된다. 5. 심리적 안전감을 확보할 때, 다양성이 작동한다 ‘틀려도 괜찮다’, ‘내 이야기를 해도 괜찮다’는 안전망이 있을 때, 사람들은 자신의 차이를 드러내고 이는 조직의 혁신으로 연결된다.

2025-09-22
여성가족부 X 이찬승 대표_3편, 10대를 바라보는 어른들의 낡은 편견 4

여성가족부 X 이찬승 대표_3편, 10대를 바라보는 어른들의 낡은 편견 4

여성가족부 X 이찬승 대표 10대를 바라보는 어른들의 낡은 편견 4 이찬승 ( 공익활동단체_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대표) 10대를 바라보는 어른들의 낡은 편견4 “사춘기니까 그래”, “10대들은 원래 그런 거야.” 우리는 청소년들의 행동을 설명할 때 이런 말들을 너무 쉽게 내뱉는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10대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 중 얼마나 많은 것들이 사실이고, 또 얼마나 많은 것들이 단순한 편견일까? 지금부터 청소년에 관한 4가지 대표적인 오해와 편견들을 하나씩 점검해보자. 첫 번째 오해 : 10대들은 충동적이다?!   “또 10대가 그런 짓을...”이라고 뉴스를 보며 혀를 차는 어른들의 모습은 익숙하다. “요즘 애들은 왜 이렇게 충동적이야!”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곤 한다. 하지만 정말 10대들만의 문제일까? 먼저 10대들의 뇌를 들여다보자. 감정과 보상을 담당하는 변연계는 이미 완성된 상태인데,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전전두피질은 아직 공사 중이다. 20대 중반까지도 말이다! 아무리 좋은 스포츠카라도 브레이크가 덜 달려있으면 위험하다. 10대들이 가끔 “어? 내가 왜 그랬지?”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실험 결과가 있다. 10대들을 혼자 두면 어른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라면 갑자기 위험한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이는 뇌의 문제가 아니라 집단 역학의 작용이다. 즉, 10대들도 상황과 맥락에 따라 행동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이미 갖고 있다는 뜻이다. 어른들이 보기엔 위험천만해 보이는 10대들의 모험 정신은 사실 성장을 위한 필수 과정이기도 하다. 실수를 통해 배우고, 시행착오로 지혜를 쌓고, 모험을 통해 자신감을 기르는 것이다. 평생 안전지대에만 머물던 사람이 갑자기 어른이 되어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때로는 충동적으로 보이는 행동들이 실은 독립적인 성인으로 성장하기 위한 연습 과정일 수 있다. 그렇다면 “10대들은 충동적이다”는 말에 대한 답은 무엇일까? 정답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이다. 생물학적으로는 충동적일 수밖에 없는 뇌 구조를 갖고 있지만, 동시에 상황과 환경에 따라 충분히 조절할 수 있는 능력도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10대들의 충동성을 단순히 문제 행동으로만 보지 않는 것이다. “공사 중인 뇌”를 이해하고,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며, 실수를 성장의 과정으로 받아들여 줄 때 10대들은 자신의 충동성을 성장 에너지로 바꿀 수 있다.  두 번째 오해 : 10대들은 반항적이다?!   “또 애가 말대꾸를 하네”, “요즘 애들은 왜 이렇게 버릇이 없어?” 같은 말들을 자주 듣는다. 하지만 정말 10대들이 본능적으로 반항적인 존재일까? 이 질문의 답은 우리가 ‘반항’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10대는 자아 발견과 자기 정체성을 형성해가는 중요한 시기다. 이 과정에서 부모나 권위에 대한 의문과 독립적인 생각이 나타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어른들은 이를 반항적이라고 인식하지만, 실제로는 청소년이 자신만의 가치관과 신념을 형성하고 세상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그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꼰대”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청소년기의 불안, 의심스러운 선택들, 그리고 소위 ‘반항’이라고 불리는 행동들을 부모들은 두려워한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부모를 괴롭히려는 행동이 아니다. 의학 전문가들에 따르면, 청소년기 동안 전두엽 피질의 기능이 활발해지면서 경계를 넘고, 논쟁하며, 부모를 시험해 보려는 욕구가 자연스럽게 생긴다고 한다. 청소년들이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실수를 하고, 이 과정을 거쳐야만 뇌가 완전히 발달할 수 있다.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연구도 있다. 청소년들의 행동을 반항적이라고 보기보다는 그들이 성인의 세계에 참여하고 싶어한다는 건강한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청소년기는 정체된 공간이 아니라 하나의 전환기다. 그리고 모든 자연스러운 변화 과정에서 약간의 혼란이 따르기 마련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반항’이 10대에게만 한정된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인생의 다양한 단계에서 기존 질서와 권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따라서 10대들의 행동을 단순히 예의 없는 반항으로만 치부하는 것은 그들의 복잡한 성장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편견에 불과하다. 결국 청소년을 키우는 데는 만능 해결책이 존재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최선의 방법은 개별 자녀의 필요에 맞는 접근을 찾는 것이다. 사랑스럽고 강한 유대감을 형성하고, 자녀의 반응을 주의 깊게 관찰하며 서로를 이해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렇게 할 때 소위 ‘반항’이라고 불리는 행동들도 건강한 성장의 한 과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 오해 : 10대들은 부모와 시간을 보내는 데 관심이 없다?!   “같이 영화 볼래?” “아니야, 친구랑 약속 있어.”, “가족 여행 어때?” “에이, 귀찮아.” 10대 자녀를 둔 부모들이라면 이런 대화가 익숙할 것이다. 예전에는 그렇게 붙어다니던 아이가 어느 순간부터 부모와의 시간보다 친구들과의 시간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고, 가족 활동 제안에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정말 10대들이 부모와의 시간 자체에 관심이 없는 것일까? 청소년기는 확실히 부모로부터 독립하고 싶은 강한 욕구가 생기는 시기다. 이는 건강한 성장 과정의 일부로, 어린 시절에 비해 부모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청소년들이 부모와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단지 자신만의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부모가 제안하는 정식 가족 식사는 거절하면서도, 늦은 밤 부엌에서 라면을 끓여 먹을 때 자연스럽게 나누는 대화를 더 편안해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많은 청소년들을 관찰해보면, 그들이 거부하는 것은 부모와의 시간 자체가 아니라 ‘어른들이 계획한’ 형식적인 활동들인 경우가 많다. 가족 식사나 계획된 나들이보다는 보드게임을 하거나, 함께 드라마를 보거나, 심지어 같은 공간에서 각자 할 일을 하면서도 가끔씩 대화를 나누는 것과 같은 더 편안하고 비형식적인 활동을 선호한다. 문제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것에 대해 서로 다른 기대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부모들은 예전처럼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기대하지만, 청소년들은 좀 더 자연스럽고 압박감 없는 시간을 원한다. 그들에게는 부모와 나란히 앉아서 각자 휴대폰을 보면서도 가끔씩 재미있는 영상을 공유하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는 ‘함께하는 시간’일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청소년들과의 열린 의사소통이다. 부모가 일방적으로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요즘 뭐에 관심 있어?”, “우리 뭘 함께 하면 좋을까?” 같은 질문을 통해 그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청소년들도 훨씬 적극적으로 가족 시간에 참여하려 한다. 놀라운 사실은 많은 청소년들이 부모와의 시간을 실제로는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단지 그 표현 방식이 어린 시절과 다를 뿐이다. 그들은 여전히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필요로 하고, 부모와의 유대감을 원한다. 하지만 그것을 드러내는 방식이 더 미묘하고 간접적이 될 뿐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10대들은 부모와 시간을 보내는 데 관심이 없다”는 말은 절반만 맞는 이야기다. 그들이 원하지 않는 것은 부모와의 시간 자체가 아니라, 기성세대 방식의 형식적인 가족 시간이다. 청소년들의 방식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그들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소 통한다면, 부모와 자녀 간에 이전과는 다르지만 더욱 성숙하고 깊이 있는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네 번째 오해 : 청소년기의 감정 기복은 모두 호르몬 때문이다 ?!   “쟤는 호르몬 때문에 그래”, “사춘기니까 감정 기복이 심한 거야”, “호르몬 분비가 안정되면 괜찮아질 거야.” 10대 자녀의 갑작스러운 기분 변화나 예측하기 어려운 감정 반응을 보며 어른들이 자주 하는 말들이다. 아침에는 기분 좋게 인사하던 아이가 저녁에는 사소한 일로 폭발하거나, 어제까지 잘 지내던 친구와 갑자기 싸우고 오거나, 평소와 다른 극단적인 반응을 보일 때 “아, 호르몬 때문이구나”라고 생각하며 넘어가곤 한다. 하지만 정말 청소년기의 모든 감정적 변화가 단순히 호르몬 때문일까? 물론 사춘기에 호르몬 변화가 크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성장 호르몬, 성호르몬 등이 급격히 변화하면서 정서적 기복이 나타나는 것도 맞다. 이런 생물학적 변화가 청소년들의 감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사실이다. 하지만 감정 기복을 전적으로 호르몬 때문이라고만 단정하는 것은 청소년들의 복잡한 내면세계를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위험한 접근이다. 청소년들이 겪는 문제나 기분 변화에는 학업 스트레스, 친구들과의 갈등, 가정 내에서의 역할 변화,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이 모두 영향을 미친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호르몬 때문이야”라고 치부해버리는 것은 그들이 진짜 겪고 있는 고민들을 무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청소년기의 뇌 발달 과정이다. 감정 중추인 변연계가 먼저 발달하고, 이성적 판단을 담당하는 전전두피질은 나중에 완성된다. 이로 인해 감정과 행동이 불안정해질 수 있지만, 이는 단순한 ‘호르몬 문제’가 아니라 정상적인 발달 과정의 일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청소년의 감정 기복과 실제 정신건강 문제를 구분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속적인 우울감, 극심한 불안, 주의력 문제 등은 단순한 호르몬 변화로 설명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런 증상들을 “그냥 사춘기 호르몬 때문”이라고 넘어가다가는 정말 도움이 필요한 상황을 놓칠 수 있다. 또한 같은 호르몬 변화를 겪는다고 해도 개인차가 크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개인의 기질, 성장 환경, 사회적 지지 체계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청소년의 감정 변화를 획일적으로 “호르몬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실제로 많은 청소년들이 자신의 감정 변화에 대해 어른들이 “호르몬 때문이야”라고 말할 때 상당한 좌절감을 느낀다고 한다. 자신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문제들이 단순히 생물학적 현상으로 치부되는 것 같아서 무시당하는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청소년기의 감정 기복은 모두 호르몬 때문이다”라는 말은 절반만 맞는 이야기다. 호르몬은 분명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지만, 청소년의 정서와 행동에는 뇌 발달, 환경적 요인, 사회적 관계, 개인의 경험과 성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어른들이 청소년을 제대로 이해하고 지원하려면 이러한 다양한 요인들을 모두 고려하는 통합적인 관점이 필요하다. 여기까지 4가지 질문을 살펴보며 무엇을 느꼈는가? 아마도 단순한 Yes/No로 답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Yes/No 중 어떤 답을 선택했든, 이 질문들을 통해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10대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는 생각보다 많은 편견과 오해가 섞여 있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은 단순히 “문제적 존재”가 아니라, 복잡하고 역동적인 성장 과정을 겪고 있는 개인들이다. 그들을 이해하려면 고정관념의 렌즈를 벗고, 한 명 한 명의 고유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10대들의 진짜 모습과 놀라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2025-09-15
여성가족부 X 이찬승 대표_2편, 교실 밖으로 나간 아이들의 기적

여성가족부 X 이찬승 대표_2편, 교실 밖으로 나간 아이들의 기적

여성가족부 X이찬승 대표 교실 밖으로 나간 아이들의 기적 이찬승 (공익활동단체_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대표) 교실 밖으로 나간 아이들의 기적 이 글은 Edutopia가 발표한 「2024년 교육 분야 10대 주요 연구」 중 하나인 ‘자연 저널링(nature journaling)’ 수업 실천 사례 연구를 바탕으로 한다.자연 저널링은 단순한 생태 체험을 넘어 학습 효과와 심리 정서적 회복을 동시에 이끄는 교육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자연과 점점 멀어지는 한국의 도시 환경에서도 손쉽게 실천할 수 있어, 아이들의 관찰력, 글쓰기, 정서 안정을 함께 키울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렇다면 교실 밖에서 아이들에게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까? 작은 변화의 시작 어느 초등학교 교실에서 벌어진 일이다. “선생님, 나비가 꽃가루받이를 어떻게 해요?” 한 아이가 물었다. 선생님은 칠판에 그림을 그리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나비의 입, 꽃의 구조, 꽃가루가 옮겨지는 과정을...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교과서에 밑줄을 그었다. 그런데 한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선생님, 저는 나비가 꽃에 앉는 걸 실제로 본 적이 없어요. 정말 저렇게 하나요?” 다른 아이가 맞장구쳤다. “맞아요! 나비는 봤는데, 꽃가루받이하는 건 못 봤어요.” 순간 교실이 조용해졌다. 꽃가루받이를 배우는 아이들이 정작 그 장면을 본 적이 없다는 것이 새삼 놀라웠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아이들은 개미가 협동한다는 걸 배우지만, 실제 개미집 앞에서 개미들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본 적은 없다. 꽃의 구조를 외우지만, 꽃가루받이가 일어나는 생생한 순간은 본 적이 없다. 모든 배움이 책상 위에서, 상상 속에서만 일어난다.   책 속에만 있는 자연 아이들이 자연을 교과서 속 그림으로만 만나게 된 것이 언제부터였을까?  “위험해서 안 돼.”  “더러우니까 만지면 안 돼.”  “시간이 없어, 교실에서 배우자.”   어른들의 걱정과 바쁜 일정 속에서, 아이들은 점점 더 실내로 갇혀갔다. 연구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학교가 점점 실내 중심으로 바뀌고 있으며, 야외 활동에 대한 막연한 불안이 아이들의 바깥 시간을 줄이고 있다”고. 그 결과는 무엇이었을까? 2024년 한 연구가 충격적인 현실을 보여주었다. 아이들이 자연을 상상으로만 배우면서, 창의성과 상상력이 오히려 억눌리고 있다는 것이다. 꽃가루받이가 일어나는 실제 순간을 본 적 없는 아이가 쓴 생태계에 관한 글. 지렁이를 관찰해 본 적 없는 아이가 그린 토양 생물의 그림. 과연 그것들이 생생한 이해로 이어질 수 있을까? 교실 밖으로 나선 아이들   그런데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한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연필과 공책을 들고 교실 밖으로 나가자고 했다. “오늘은 바깥에서 공부해 볼까?” 아이들은 처음엔 어리둥절했다. “밖에서 뭘 하라는 걸까?” 하지만 곧 흥미로운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저 잎사귀 색깔 좀 봐!” “개미가 먹이를 나르고 있어!” “구름이 토끼 모양 같지 않아?” 아이들은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작은 것들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들을 그림으로 그리고, 글로 적었다. “와, 나비가 정말 꽃에 앉네!” “꽃가루가 나비 다리에 묻었어!” “이게 바로 꽃가루받이구나!” 교과서에서만 보던 그 장면을 직접 목격한 아이들의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이것이 바로 ‘자연 저널링(nature journaling)’이었다. 보는 법을 배운 아이들 미국의 한 학교에서 5~7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특별한 실험이 진행되었다. 한 그룹은 교실에서 평소대로 수업을 받았고, 다른 그룹은 정기적으로 밖으로 나가 자연을 관찰하고 기록했다. 몇 달 후, 놀라운 변화가 나타났다. 자연 저널링을 한 아이들에게서 이런 일들이 일어났다: 스트레스가 줄어들었다. 자신의 감정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자존감이 높아졌다. 관찰력과 집중력이 향상되었다. 글쓰기 실력이 늘었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변화는 다른 곳에 있었다. 한 아이가 말했다.  “전에는 그냥 지나갔는데, 이제는 모든 게 달라 보여요. 나뭇잎 하나하나도 다 다르게 보이고, 하늘도 매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되찾기 시작한 것이다.   느린 배움의 힘   어느 날, 자연 저널링 수업에서 한 아이가 30분 동안 꽃 한 송이와 그 위에 앉은 나비를 관찰했다. 다른 아이들은 여러 가지를 그리고 있는데, 이 아이는 나비의 움직임을 세심하게 지켜보며 기록했다. 선생님이 물었다. “왜 나비만 보고 있어?” 아이가 대답했다. “처음엔 그냥 예쁜 나비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까 정말 신기해요. 코를 빨대처럼 길게 늘여서 꿀을 빨고, 다리로 꽃가루를 묻혀 가요. 교과서에서 본 거랑 똑같아요! 아니, 더 신기해요!” 이것이 자연 저널링의 마법이었다. 빠르게 정답을 찾는 대신, 천천히 관찰하며 스스로 발견하는 기쁨.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새로운 방법을 배우고 있었다. 도시 아이들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도시에 살고, 자연이 별로 없는데요.” 많은 부모들이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자연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가까이에 있다. 학교 화단에 핀 작은 꽃, 아파트 베란다에서 보이는 하늘, 길가에서 만나는 길고양이, 빗방울이 창문을 타고 흘러내리는 모습. 심지어 도시의 소리들 – 새소리, 바람소리, 빗소리까지도 관찰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한 도시 학교의 선생님이 말했다. “처음엔 우리 학교 주변엔 관찰할 게 별로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이들과 함께 나가보니, 제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걸 놓치고 살았는지 깨달았어요.”   마음을 치유하는 시간 자연 저널링은 단순한 학습법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음을 치유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요즘 아이들은 스트레스가 많다. 학업 부담, 또래 관계, 끝없는 비교... 그런 아이들에게 자연 저널링은 잠시 모든 걸 내려놓고, 세상을 순수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선물했다. 한 아이의 일기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오늘 나비가 꽃가루받이하는 걸 봤다. 교과서에서 본 그림이랑 똑같았다. 그런데 실제로 보니까 훨씬 더 신기했다. 나비도 열심히 일하는구나. 나도 나비처럼 열심히 해야지.” 이런 순간들이 쌓이면서, 아이들은 자신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웠고, 스트레스를 다루는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   시인이 될 아이, 과학자가 될 아이 자연 저널링을 하는 아이들 중에는 시를 쓰기 시작한 아이도 있고, 곤충에 빠져든 아이도 있다. 어떤 아이는 날씨를 관찰하는 걸 좋아하고, 어떤 아이는 새의 움직임을 그리는 데 몰두한다. 중요한 건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관심사를 발견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시인이 되기도 하고, 과학자가 되기도 하며, 혹은 단순히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교실 밖으로 나갈 용기 어느 선생님이 망설이며 말했다. “나가서 수업하고 싶은데, 혹시 아이들이 다칠까 봐 걱정돼요.” 그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아이들에게 정말 위험한 건 무엇일까? 무릎이 까지는 것일까, 아니면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잃는 것일까? 자연 저널링은 거창한 준비가 필요하지 않다. 연필 한 자루, 공책 한 권이면 충분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과 함께 바깥으로 나갈 작은 용기를 내는 것이다.   경이로움을 되찾은 아이들 한 아이가 자연 저널링을 시작한 지 몇 달 후 이렇게 말했다. “예전에는 그냥 꽃이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다 달라 보여요. 이 꽃에는 나비가 올까, 저 꽃에는 벌이 올까 궁금해져요. 그리고 정말로 와요! 교과서가 진짜였어요.” 이것이 자연 저널링이 아이들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었다. 일상의 경이로움을 되찾고, 평범한 것들 속에서 특별함을 발견하는 눈을 기르며, 무엇보다 자신 또한 이 아름다운 세상의 일부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아이들이 다시 세상을 만지기 시작했다. 연필 끝으로, 마음으로, 온몸으로. 그리고 그 작은 변화가 아이들의 삶 전체를 바꾸고 있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간단하다. 아이들의 손에 연필을 쥐어주고, 함께 문을 열고 나가는 것이다. 그 문 너머에는 무수한 배움과 치유, 그리고 경이로움이 기다리고 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참고 문헌] - Hopkins, L., & Rivera, J. (2023). Learning outside the walls: Nature journaling and interdisciplinary education. Journal of Experiential Learning, 41(2), 145–162. - Chou, Y., Delgado, M., & Peters, S. (2024). The impact of nature journaling on student well-being and cognitive development. Environmental Education Research, 30(1), 88–105.

2025-09-01
여성가족부 X 이찬승 대표_1편, 틀려야 더 잘 배운다 : 뇌과학이 밝힌 놀라운 학습 메커니즘

여성가족부 X 이찬승 대표_1편, 틀려야 더 잘 배운다 : 뇌과학이 밝힌 놀라운 학습 메커니즘

여성가족부 X 이찬승 대표 틀려야 더 잘 배운다 : 뇌과학이 밝힌 놀라운 학습 메커니즘 이찬승 (공익활동단체_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대표) 틀려야 더 잘 배운다 : 뇌과학이 밝힌 놀라운 학습 메커니즘 뇌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 그것은 바로 실수할 때   “다음 문제! 토마토는 채소일까, 과일일까?” 가족 퀴즈 시간이었다. 지은이는 자신 있게 손을 들었다. “채소요!” “땡! 토마토는 식물학적 기준에 따르면 과일이야. 꽃에서 자라고 씨앗을 포함하고 있거든.” 아빠가 설명했다. 지은이는 깜짝 놀랐다.  “어? 정말요? 요리할 때 채소처럼 쓰잖아요.” “맞아, 요리할 때는 채소처럼 쓰이지만 식물학적으로는 과일이야. 씨가 들어있다는 것이 핵심이지.” 그 순간 지은이의 뇌에서는 놀라운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만약 처음부터 ‘토마토는 과일’이라고 배웠다면 쉽게 잊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채소’라고 확신했다가 틀렸다는 경험은 훨씬 더 강렬한 기억으로 남게 되었다. 우리가 놓친 뇌의 비밀 어릴 적 기억을 떠올려보자. 자전거를 배울 때를 기억하는가? 넘어지고, 또 넘어지고, 무릎이 까져도 다시 일어나 페달을 밟았던 그때. 우리는 넘어지지 않으려고 자전거를 배운 게 아니었다. 넘어지면서 배웠다.    균형을 잃을 때마다 뇌는 ‘아, 이렇게 하면 안 되는구나’를 학습했고, 그 실패들이 쌓여 마침내 균형 잡는 법을 깨달았다.하지만 교실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는 이 자연스러운 학습 과정을 거부당한다. 틀리면 안 된다. 실수하면 창피하다. 오답은 지워야 할 실수이고, 정답만이 칭찬받을 가치가 있다.그런데 뇌과학자들이 발견한 진실은 충격적이었다. 우리 뇌는 정답을 맞혔을 때보다, 틀렸을 때 더 깊이, 더 오래 기억한다는 것이다. 뇌가 사랑하는 ‘아하!’ 순간 대학의 한 연구실에서 흥미로운 실험이 진행되었다.  학생들에게 외국어 단어의 뜻을 맞히는 문제를 냈다. “elation”이라는 영어 단어를 보고 ‘슬픔’, ‘기쁨’, ‘분노’ 중에서 고르게 했다.   첫 번째 그룹 학생들이 ‘슬픔’이라고 틀리게 답하자, 연구자는 즉시 “틀렸어요. 정답은 ‘기쁨’입니다”라고 알려주었다. 두 번째 그룹에게는 단순히 정답만 알려주었다. 며칠 후 같은 단어를 다시 테스트했을 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틀리고 나서 정정을 받았던 첫 번째 그룹이 그 단어를 훨씬 더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처음에 ‘슬픔’이라고 했다가 틀렸을 때, 정말 당황했어요. 그런데 정답이 ‘기쁨’이라고 들었을 때 ‘아하!’ 하는 순간이 있었거든요. 그 순간이 너무 선명해서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바로 이것이다. 뇌는 예상과 다른 결과를 마주했을 때 도파민을 분비하며 강렬하게 반응한다. 그 순간의 충격과 깨달음이 기억 속에 깊이 새겨지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정답을 알고 난 후의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 “elation = 기쁨”이라는 정보를 단순히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에서 ‘elation’을 사용하는 구체적인 상황을 그려보는 것이다. “시험에서 100점을 받았을 때의 그 들뜬 기분”, “좋아하는 팀이 우승했을 때의 환호”, “오랫동안 기다렸던 소식을 들었을 때의 벅찬 감정” - 이런 생생한 이미지와 연결될 때 ‘elation’이라는 단어는 단순한 어휘가 아니라 경험과 감정이 담긴 살아있는 기억으로 자리잡는다. ‘실수 → 놀라움 → 정정 → 상상’을 통한 연결. 이 모든 과정이 어우러질 때 진짜 학습이 일어나는 것이다. 틀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교실 강원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특별한 실험 수업이 진행되었다. 3학년 아이들에게 ‘비율’이라는 개념을 가르치기 전에, 선생님은 이런 문제를 냈다.  “라면을 끓일 때 물과 스프의 비율을 어떻게 맞춰야 할까?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한번 해보자.” 아이들은 신이 났다. 어떤 아이는 물을 많이 넣었고, 어떤 아이는 스프를 진하게 탔다. 당연히 대부분 실패했다. 너무 짜거나, 너무 싱거웠다. “왜 이렇게 됐을까?” “스프를 너무 많이 넣었나?” “물의 양을 어떻게 재야 하지?” 아이들은 실패하면서도 즐거워했다. 그리고 이후 ‘비율’에 대한 정식 설명을 들었을 때, 모든 아이들이 눈을 반짝이며 집중했다. “아! 그래서 내가 틀렸구나!” “비율이라는 게 이런 거였어!” 이런 감탄사가 교실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실패를 먼저 경험한 아이들이 오히려 개념을 더 깊이 이해한 것이다. 교육학자 마누 카푸르(Manu Kapur)는 이를 ‘생산적 실패(Productive Failure)’라고 불렀다. 53개의 연구를 분석한 결과, 이런 방식으로 배운 아이들의 학습 효과가 전통적 방법보다 2~3배 높았다.   실수가 만든 성장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서 일어난 일이다. 영어 시간에 민호가 “I’m very embarrassed”라고 대답해야 할 것을 “I’m very embarrassing”이라고 말했다. 교실은 조용했다. 대부분의 아이들도 어떤 표현이 맞는지 확신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민호도 자신이 틀렸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선생님을 바라봤다. 그때 선생님이 말했다. “민호야, 아주 좋은 기회를 만들어줬네! 이 표현 덕분에 우리 모두가 중요한 걸 배울 수 있겠어. ‘embarrassed’와 ‘embarrassing’의 차이를 함께 알아보자.” 선생님은 ‘embarrassed’는 ‘당황스러운’이고, ‘embarrassing’은 ‘(남을) 당황스럽게 하는’이라고 두 단어의 차이를 설명하며, 비슷한 예시들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말했다.  “민호가 이 실수를 해준 덕분에, 우리 반 모두가 평생 이 단어들을 헷갈리지 않을 거야. 고마워, 민호야.” 몇 달 후, 민호는 영어 시간에 가장 적극적으로 발표하는 학생이 되어 있었다. 다른 아이들도 더 이상 틀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실수는 창피한 게 아니라, 배움의 기회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오답이 들려주는 이야기 한 초등학교 선생님의 특별한 수업 방식이 화제가 되었다. 이 선생님은 아이들이 틀린 답을 말하면, 즉시 “틀렸어”라고 하지 않았다.    대신 이렇게 물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뭐야?” “어떤 부분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지?” “네 방법도 흥미로운데, 다른 방법은 없을까?” 아이들은 자신의 실수를 설명하면서 스스로 오류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진짜 이해가 일어났다. 수학 문제를 틀린 한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처음엔 그냥 계산만 했는데, 왜 틀렸는지 설명하다 보니까 내가 문제를 잘못 이해했다는 걸 알았어요. 이제는 문제를 더 꼼꼼히 읽게 돼요.” 손을 드는 아이 지은이의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보자. 그날 이후 지은이의 수학 선생님은 수업 방식을 바꿨다. 아이들이 틀릴 때마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물어보고, 그 생각의 과정을 함께 살펴보았다. 틀린 답도 소중한 학습의 재료로 만들었다. 몇 달 후, 지은이는 교실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손을 드는 학생이 되었다. 틀릴까 봐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틀렸을 때 더 많이 배운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틀려도 괜찮아. 실수는 배움의 시작이야.” 지은이는 이제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실수를 두려워하던 아이가 실수를 격려하는 아이로 변한 것이다.   뇌가 가르쳐준 진실 뇌과학이 우리에게 알려준 진실은 이것이다. 완벽한 정답보다는 완벽한 실수가 더 큰 배움을 가져다준다는 것. 틀리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보다,  틀렸을 때 그 틀림에서 배우려고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 실수는 우리의 적이 아니다. 실수는 뇌가 가장 사랑하는 배움의 순간이다. 그 순간에 뇌는 깨어나고, 주의를 집중하며, 기억을 강화한다.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가 말했듯이, “우리는 실수를 통해 새로운 것을 발견한다.”   새로운 질문을 던질 시간 이제 교실의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  “왜 틀렸니?”라는 질책 대신,  “그 틀림을 통해 무엇을 배웠니?”라는 격려를. “틀리면 안 돼”라는 두려움 대신, “틀려도 괜찮아, 그게 배우는 거야”라는 용기를. 틀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아이들이 자라날 때, 그들은 더 창의적이고, 더 도전적이고, 더 회복력 있는 어른이 될 것이다. 실수 없는 교실은 배움이 멈춘 교실이다. 하지만 실수를 환영하는 교실에서는 매 순간 기적 같은 배움이 일어난다. 오늘도 어디선가 아이가 자신 있게 답을 말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이 바로 그 아이의 뇌가 가장 활발하게  배우고 있는 순간이라는 것을, 이제 우리는 안다.  

2025-08-11
여성가족부x이주영 원장_2편, 부모와 자녀 모두의 자기효능감 향상을 위한 마법의 주문

여성가족부x이주영 원장_2편, 부모와 자녀 모두의 자기효능감 향상을 위한 마법의 주문

여성가족부 X 이주영 원장 2편, 부모와 자녀 모두의 자기효능감 향상을 위한 마법의 주문 더봄마인드랩 원장 이주영 어떻게 해야 아이의 자기효능감을 높일 수 있을까요? 라는 말은 센터 혹은 강의에서 듣는 단골 질문입니다.   💡자존감 높이기를 위한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인터넷, 책 등에서 너무나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그런 것은 다 차치하고, 늘 제일 먼저 강조하는 자기효능감 및 자존감을 높이는 단 하나의 방법을 적어봅니다. 자존감, 자기효능감이란 말이 너무 흔해진 세상이지만, 단어가 흔해진 만큼 실제로 자존감 높은 사람들이 많아 졌는가?에 대해서는 늘 의구심이 듭니다. 학교건 학교 밖에서건, 제가 만난 멋진 아이들 중 대부분은 늘 본인이 얼마나 멋진지를 잘 모르더라구요.   말로는 ‘나는 이것도 잘하고, 저것도 잘하고, 뭐도 1등 했고요’를 엄청나게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저렇게 눈에 보이는 결과를 통해 증명하지 않으면 안 되는 마음을 어릴 때부터 심어준 이 사회가 야속하게 생각됩니다. 제가 심리학을 공부하고 상담을 하며 많은 부모님들과 아동·청소년 친구들을 만날수록, 사람 이 자신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가 그 사람이 세상을 보는 전부를 결정하게 됨을 절절히 느끼고 있습니다. 만나는 많은 아이들에게도 그랬고, 지금도 늘 강조하고 있는, 그리고 부모님과 그 외의 모두에게 전하는 자기효능감과 자존감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방법 중 하나를 적어봅니다. 남과 비교하지 않기   비교 대상이 내 외부 세상에 있는 순간, 비교 지옥에 빠지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사람은 사회적 동물인지라 사회적 민감도가 0에 수렴하는 것이 아니라면 당연히 괴로울 수밖에 없을 거예요.  세상이 옳다고, 맞다고, 좋다고 하는 기준을 나에게도 들이대고 그에 맞춰서 억지로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좋은 얘기를 듣길 기대하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열심히 노력해서 수학에서 85점을 받았고 나 혼자 그 점수를 보며 충분히 기쁘다가도, 다른 친구가 100점을 받은 모습을 보면 우리는 자신의 결과와 자신의 노력을 평가절하하게 됩니다. ‘나 열심히 한 줄 알았는데 저 친구처럼 100점도 못 받았네, 난 공부에 소질 없나봐. 이것 밖에 못 하다니.’라는 생각이 드는 게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냥 ‘아, 난 이 정도가 내 최선이구나’로 끝나면 너무나 좋지만, 보통은 남과의 비교로 수학 시험에서만 부족한 것으로 이해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 자체를 평가절하 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태도는 어디서 비롯될까요?    가정과 사회적 환경에 영향을 받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 부모님이 보이는 태도는 너무나 중요합니다. 성인이 된 우리들은 경쟁 속에서 이미 많은 사회적 비교에 노출되어 왔습니다. 우리는 이제 주변 사람들과만 비교하지 않습니다. 가상의 누군가를 만들어 비교하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온라인 상에는 실재하는지 가짜인지도 모를, 다방면에서 무척이나 능력 있고 못하는 게 없이 다양(수정이 잘 안되네요, ‘다양한’ 붙여쓰기) 분야의 일들을 완벽하게 해내는 이상적인 사람들이 참으로 많이 살고 있습니다. 대체 그들은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는 건지 나는 따라 하려고 해도 발끝도 못 가는 것 같습니다. 내가 누워서 이렇게 휴대폰이나 하고 있는 건 정말 한심하기 그지없게 느껴지기도 하지요. 다른 엄마들은 이 시간에도 아이 공부와 학원 알아보느라 나가서 학원도 돌고 정보 공유를 위해 티타임이라도 하고 있을 텐데 나는 뭐 하고 있나 싶기도 합니다.   위와 같은 생각이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사실 그런 생각들은 대부분 나 혼자 만들어낸 것 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누구나 사람은 다 달라서 일관된 기준으로 뭐가 좋다/정답이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세상에 없습니다. 이건 정말이에요. 사실 부모님들은 다 알면서도 의지와 다르게 스스로를, 그리고 나의 자녀를 다른 사람과 비교하게 됩니다. 비교의 대상은 주로 나보다 내가 원하는 방면에서 나아 보이는 사람들이 되지 요. 그럼 언제나 결론은 같습니다. ‘내가 한 노력은 아무것도 아니네, 나는(혹은 우리 아이는) 왜 저렇게 못할까(혹은 안 할까).’ 이러한 결론은 자기 비하로 이어지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내가 아직 부족한 부분에만 집중을 하게 되니, 내가 이미 잘 하고 있는 것은 놓칠 수밖에 없습니다. 과정에서 얻은 소중함과 노력하는 힘, 꾸준함에 대한 자찬과 인정은 저 뒤로 미뤄두게 됩니다. 잘 한 것은 보지 못하고, 아직은 아쉬운 부분에만 집중하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이 없습니다. 남이 하는 칭찬이 귀에 들어올 리 없습니다. 내가 나를 인정해 주지 않으면 외부의 인정은 자신의 효능감을 높이는 데에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더 나은 삶, 스스로에게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만족할 만한 생활을 하고 싶은 분들일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맡은 역할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하고 자녀에게도 분명 그러한 에너지를 전달하고자 싶은 마음일 거라 믿습니다. 길게 적었지만, 자존감을 높이고 자기효능감을 다질 수 있는 제일 중요한 방법은 다시 한번 이것입니다. 📌남과 비교하지 않기 비교는 누구랑만 한다? 지난날의 자신과만 한다. 예전의 나, 작년의 나, 어제의 나보다 조금이라도 뭔가 발전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어제 내가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한 시간 누워 있었다면 오늘은 50분 누워있기로 하면 됩니다. 그리고 스스로를 많이 칭찬해 주세요. 오늘은 10분이나 덜 누워있었다니!   아이가 어제 영어숙제를 하느라 1시간을 붙잡고 있어 속이 터졌다면, 오늘은 55분 안에 끝내 보기로 함께 힘내보는 거예요. 그리고 잊지 않아야 하는 건, 아이에게 주는 커다란 칭찬입니다. 어제보다, 지난달 보다 조금이라도 노력한 무언가가 있으면 대수로이 넘기지 않고 꼭 칭찬해 주세요. 변화는 늘 어렵고 관성의 법칙을 이겨내는 건 언제나 대단한 일이거든요. 부모와 자녀 모두의 자기효능감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시작했지만. 오늘의 이야기는 제가 제 자신에게도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최근 부모교육을 위한 외부 강연이 많아 바빴던 시간을 보냈습니다. 제가 만나는 부모님들의 1년은 어쩌면 매일이 저의 최근 바빴던 일정들보다도 바쁘게 지내실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어쩌면 엄마로는 많이 내려놓고 살기로 해서 아이 때문에 바쁠 일을 가능하면 만들지 않으려고 애쓰는 편입니다. 그럼에도 아이의 일정이란 것이 굉장히 타이트해서 챙길 게 많은데 전업으로 아이를 돌보는 부모님들은 얼마나 마음이 바쁠까 싶습니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적은 양으로 내게 주어진 양육과 자녀교육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것은 내가 충분 히 성실하고 부지런하지 않아서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제가 저를 남과 비교하며, 이 정도도 못 해내면 되겠어?라고 채찍질하는 게 아닌가 하여 바로 뜨끔했습니다. ‘남과 비교하지 않기’를 통한 자기효능감 지키기는 생각보다 이렇게 어렵습니다. 부모님의 자기효능감은 곧 아이에게도 그대로 전해져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부모님이 먼저 자신의 삶 속에서 이미 내가 잘 해내고 있는 것을 찾아 스스로에게 무한한 칭찬을 해 주세요. 오늘도 이렇게 별 탈 없이 나의 삶을, 그리고 우리 가족을 지탱하고 있는 나를 대견하게 생각해 주세요. 어제보다 뭔가 조금이라도 애쓴 것이 있다면 그 노력을 다한 나를 아껴주시면 좋겠습니다. 자녀는 그렇게 스스로를 아끼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며 그대로 배워갈 것이니까요. 그리고 자신에게 했던 것처럼, 자녀에게서도 어제보다 발전하기 위해 노력한 무엇을 발견해 주세요. 분명히 아이들은 하루하루 크게 성장하고 단단해지고 있을 테니까 말입니다.

2024-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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